학제가연구소 파라로고스(παράλογος)

Our Premise

• 1. 우리는 ‘학문’이 시작되는 경계에 주목한다.

  ‘학제간(interdisciplinary)’이 기존 학문들의 통합을 전제로 한다면, ‘학제가(para-disciplinary)’는 그 학문들 바깥에서, 혹은 곁에서, 이미-학문이기를 거부하거나 아직-학문이 되지 않은 사유를 실험한다. 우리는 이 ‘곁(para)’의 자리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.

• 2. 우리는 제도적 정당화 대신 ‘패러로지(paralogy)’를 따른다.

  Jean-François Lyotard에 따르면, 지식은 더 이상 통일된 메타서사나 효율성(performativity)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다. 우리는 이성(logos)이 아닌 비이성(παράλογος, paralogos)의 자장에서, 정당화가 아닌 비동조, 실험, 교란을 통해 새로운 언어 게임을 생성한다.

• 3. 우리는 불완전성과 불일치의 상태를 긍정한다.

  완결된 이론보다 열린 가능성, 정합성보다 균열, 중심보다 주변에서 의미를 찾는다. 지식은 누적되기보다 때로 잊히고 무너질 때 새로운 형태로 발화된다. 우리는 이 발화를 고의적 오류, 비정형적 조합, 위법한 인용의 방식으로 수행한다.

• 4. 우리는 다양한 ‘비-학문’을 학문적으로 다룬다.

  패러문학(paraliterature), 패러심리학(parapsychology), 패러인류학(paranthropology), 패러종교연구(para-religious studies) 등 제도권 학문에서 배제되었거나 경계에 머무는 담론들은 이 연구소의 핵심 관심사이다. 이는 단지 주제를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, 사유하는 방식 자체를 전복하는 일이다.

• 5. 우리는 ‘되지 않음’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연기한다.

  우리는 무엇이 되기를 주장하지 않는다. 오히려 되지 않음(becoming-not)의 상태에서, 미끄러지고 틀어지고 흩어지는 사유를 추구한다. "학제가"는 곧 "학제의 가장자리"이다. 이곳은 진짜인 척하지 않는 연구소이다.

학제가연구소 파라로고스 offers no conclusions—only the possibility that every question can be enacted.